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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몽준 대표최고위원, 매일경제 인터뷰 전문
작성일 2010-03-16

 

[Leaders] 대권 시험대 오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

 

`정몽준` 이름 석 자 앞에 붙는 수식어는 참 많다. 재벌 2세란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정치인 중 가장 재산이 많다. 지금은 좀 줄어들어 2조원 정도 된다.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월드컵 4강의 신화를 만든 주역이며, 울산지역 7개 학교의 이사장을 맡고있는 교육가(?)이기도 하다. 그러나 그는 엄연한 정치인이다. 6선의 국회의원으로 현재 한나라당 대표다.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대권주자다. 지난 10일 그가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정 대표를 만났다.

-간단한 질문부터 하겠다. 대권 도전할 거죠. 너무 당연한 질문 같지만.

▶어, 예상 질문서에 없는 건데. 뭐라고 해야 하나.(10초 정도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)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이런 생각은 한다. 역설적으로 대통령 하기 싫다는 사람이 하면 잘할 것 같다.

 

-그렇다고 대통령 하기 싫다는 뜻은 아닐 텐데.

▶`공직은 죽음과도 같다`는 말이 있다. 찾아 오면 하는 것이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건 아니다. 억지로 할 수 없다. 하지만 운명처럼 찾아오면 하는 것이다. 나의 정치에 대한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.

-어쨌든 다음 대선에서 정 대표는 유력한 잠재적 대권주자 아닌가.

▶그렇게 봐주는 건 감사하다. 한나라당이 제1당이자 집권여당 아닌가. 거기 대표니까 그런 것 같다. 그런데 우리 한나라당에 국민들 보기에 `아 저런 사람이 대통령하면 좋겠다` 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도 4~5명은 있는 게 바람직할 거 같다.

-안 그래도 비슷한 말을 했다. 화살통에 화살이 많으면 좋지 않으냐며 주연급 배우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. 누구를 염두에 둔건가.

▶박근혜 전 대표도 그렇고. 어제 서울시 의원들하고 저녁식사를 했는데 그때 새삼 느낀 게 참 우리 당에 좋은 사람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. 원희룡, 나경원, 김충환 등 서울시장 나서겠다는 분들도 있고. 홍준표, 권영세, 박진, 구상찬, 이혜훈 의원도 그렇고.

-정 대표 일정을 보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. 최근 주간조선에 나온 동행취재기를 봤는데 정말 바쁘더라. 체력이 되나.

▶그건 사실 취재 온다고 해서 일부러 더 타이트하게 짠거다.(웃음) 기자가 온다는데 대표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면 되겠나. 사실 좀 일정이 빡빡해 조절하려고 한다. 체력은 자신있다. 건강하다는 건 육체적으로 피로회복이 빠르다는 것인데 선친(고 정주영 현대 회장)에게 배운 게 있다. 선친은 농사 일도 하고 막노동도 했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샤워하고 자면 그 다음날 거뜬하다고 하시더라. 내 피로회복의 비법이다. 또 하나는 긍정적 생각이다. 낙관이랄까.

-옆으로 살짝 새는 질문이지만 아침마다 동네 목욕탕 가지 않는가. 목욕탕 이름이 `백두산`과 `금강산`이지요. 주민들하고 알몸으로 마주치면 민망하지 않나.

▶별로 그렇지 않다. 오히려 주민들도 반가워하시고. 국회의원 하는 동안 주민들을 만나는 모든 기회가 나에겐 중요하다. 목욕탕 가서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드라마도 같이 본다. 재밌지 않은가.

-취임하자마자 노량진 수산시장 찾고, 매일경제와 첫 인터뷰한 것도 설렁탕 집이었고. 정말 친서민 정치인이라고 자신할 수 있나.

▶예전에 서울서 선거운동할 때 상대편 후보가 나를 두고 `저 사람은 서민이 아니기 때문에 서민의 사정을 잘 모를 것`이라고 했다. 그 이야기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. '머리가 빠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발모제인데, 발모제는 꼭 머리가 빠지는 사람만 개발할 수 있는가'라고. (재벌이라는 점에서) 자격지심이 있느냐 이런 질문 같은데…. 물론 내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. 서민들과 공감대를 만드는 노력을 남들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.

-실제로 재벌2세치곤 검소하게 살지 않나.

▶사치는 죄악이라는 말에 일부 동조한다. 건물 같은 건 잘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, 옷 같은 단순 소비재는 지나치게 비싼 걸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.

-시계를 안 차고 있는데. 통상 부유한 남자의 패션은 명품시계 아닌가.

▶명품시계는커녕 다른 시계도 안 찬다. 가는 데마다 시계 있고 휴대폰도 있는데 굳이 찰 필요를 못 느낀다.

-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기복은 좀 있지만 정 대표 지지도가 많이 올랐다.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부동의 2위인데 기분이 어떤가.

▶`부동(不動)`이란 건 없다. 인기라는 건 목욕탕의 수증기와 같다. 항상 변한다. 많이 노력해야지.

-박 전 대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. 장충초등학교 동창이신데. 알고 계셨나.

▶초등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. 예전에 박 전 대표와 테니스를 자주 쳤는데, 그때 박 전 대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학왔다고 말해서 안거다.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초등학교 동기 중에 김종필 전 총리 딸도 있었고 김승연 한화 회장도 있었다. 그 당시엔 전혀 몰랐다.

-한나라당엔 엄연한 계파가 있다. 친이와 친박. 이를 두고 두나라당이라고도 하는데.

▶혈연ㆍ지연ㆍ학연, 이런 게 꼭 나쁜 건 아니다. 다 인연인데, 좋은 거 아니겠나. 문제는 배타적으로 되는거지. 개방적으로만 되면 아무 문제없다.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나쁘게만 보는데 고향을 생각하는 게 나쁜가. 그게 배타적으로 변질되니 문제지.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균형감각이다. 정치인이 한 개인에게 충성하는 건 자기 부정이다. 현대정치 60년 역사에서 봐도 개인에게 충성하다 정치가 후퇴한 사례가 많다.

-대통령과 여당이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이 많은데.

▶한나라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한 건 당의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다. 대통령이 한나라당 때문에 초당적인 정치를 하지 못하게 하면 안된다. 오히려 여러 당과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. 성공적 대통령은 초당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. 과거 노태우, 김영삼, 김대중, 노무현 대통령 모두 임기 말에 탈당한 사례가 있다. 왜 이런 일이 생기나. 그동안 정당은 임기 말에 대통령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리는 식으로, 탈당을 안 할 수 없게 분위기를 만든 거 아닌가.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노예(Prisoner of the Party)가 되면 안된다.

-서민정책 등 일부 정책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달라도 대통령을 도와줘야 하나.

▶사실 정치인은 어찌 보면 모두 다 포퓰리스트다. 좋은 포퓰리스트와 나쁜 포퓰리스트가 있는 것이다. 모든 정당은 서민복지에 신경써야 한다.

-좋은 포퓰리스트와 나쁜 포퓰리스트를 구분하는 잣대가 뭔가.

▶지속가능성(sustainability)이다. 10년,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. 무조건 서민 위한다면서 국가재정을 절단 내면 안되지 않느냐. 지금 환호를 받는다고 앞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을 내면 안된다.

-대표한 지 6개월이 지났다.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.

▶쉽지 않은 일인데, 지방의회 정당 공천을 없앴으면 좋겠다. 지방자치제의 취지에도 안 맞고.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중앙당 공천이 있지만, 사실 이게 일본식이다. 일본 정치가 파벌정치 아닌가. 그래서 우리도 계파정치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. 또 하나는 지구당에 당원협의회라고 있는데 위원장을 국회의원이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. 지구당 조직이 사당화될 수 있다. 미국이나 영국은 현역의원은 지구당 위원장 겸직이 안된다. 나도 동작을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이지만 고쳐야 할 것 같다.

-알렉산더 토크빌의 `미국의 민주주의`를 자주 인용하던데 그 책에서 교훈을 얻은 건가.

▶그렇다. 토크빌은 판사였는데, 1800년대 초에 이미 민주주의가 중우정치로 전락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. 민주화가 될수록 평등화가 진전돼 개인에게 자유를 줘도 자유를 적극 행사하지 않고 반납한다는 거다. 결국 `자발적 민주적 독재`가 가능하다는 내용이 책에 들어 있다. 민주주의의 오류에 대해 잘 지적한 것 같다. 이 부분은 개헌 문제와도 연결되는데, 18대에 186명 의원이 개헌 논의를 하려고 미래한국헌법연구회를 만들었다. 그런데도 무엇을 논의할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눈치를 본다. 개헌 자체도 중요하지만 개헌 논의도 의미가 있다.

-개헌과 관련해 정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는데.

▶어떤 식의 권력구조가 좋다는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이다. 당 대표가 어떤 식이 좋다고 하면 오히려 논의를 막을 것 같아서. 다만 현직 대통령제는 권력이 집중된 제도라고 생각하고, 그만큼 미움과 증오도 집중되는 제도다.

-본인 리더십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나.

▶힘없는 리더십?(웃음) 사람들이 왜 이렇게 힘이 없느냐고 지적 많이 한다. 알렉산더 대왕이 디오게네스에게 `내가 왕인데 무엇을 해줄까`라고 물었더니 `당신이 거기 서 있어서 햇빛을 가리니 비켜줬으면 좋겠다`고 했다. 또 동양사상에 `무위지치(無爲之治 : 아무 일 안 해도 천하가 저절로 다스려 진다)`라고 있다. 일반 시민이 국가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, 그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. 리더십도 그런 것 같다. 특별한 약속을 하지 않고, 존재감이 없어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것.

 

▶▶ 못다한 얘기 10문 10답

Q : 가까운 사람들 불만 많은데?
A : 제 자신에 너무 엄격한 탓

정몽준 대표는 불편하거나 사적인 질문도 피해가지 않았다. 취재진이 '외람됨은 기자의 특권인 줄 이해하시죠'라고 동의를 구하니 정 대표는 '아무 질문이나 해도 좋다'며 흔쾌히 응했다. 그래도 좀 편한 질문부터 꺼냈다.

1. 정몽준 하면 축구를 연상한다. 축구는 잘하나.

▶내 포지션이 `레프트 아웃`이다. 벤치에서 관람하는 거다. 운동은 좋아한다. 잘하는 편이고. 그런데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술집에서 싸움이 났는데, 보안사(지금의 기무사) 하사관이었다. 상대방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적이 있다. 그때 무릎을 좀 상했다. 그 후 이런저런 이유로 5번이나 골절사고를 당했다. 그렇게 안 다쳤으면 더 잘했을 텐데.

2. 김영명 여사는 처음 만났을 때 벼락 같은 건 없었다고 했다. 부인 첫인상은 어땠나.

 

▶키가 참 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. 그리고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데도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조금 특이했다. 나를 `곰돌이`라고 불러주면서 착하다고 칭찬해주곤 한다. 우리 집사람도 여우 같은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서 좋다.

3. 자녀들과의 대화나 스킨십은 많은 편인지.

▶아내가 맨날 나 보고 후회할 거라고 한다. 애들하고 시간을 못 보낸다고. 애들이 결혼해서 애 낳으면 걔들하고 시간 보내지, 뭐(웃음).

4. 본인 소개할 때 3가지 경력만 언급한다면 어떤 것들을 거명하는 게 좋은가.

▶이거 잘못 대답하면 거명 안된 곳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. 우선 국회의원이라는 것. 지금 저의 경력 자체가 주민들이 투표해주셨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겠나. 또 FIFA 부회장이라는 것. 전 세계 FIFA 집행위원이 24명인데, 그중 제 표가 1표 있으니 12표만 더 확보하면 우리나라가 2022년에 다시 월드컵을 할 수 있다. 마지막으로 울산대와 아산재단 이사장.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. 울산에 고등학교를 3개 지었고 전문대도 지었다.

5. 작년 10ㆍ28 유세 때, `언니들`이란 표현을 썼는데 부적절하지 않나.

▶표현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, 오해하는 분이 많아서 안되겠다. 우리 집에 딸이 둘 있는데, 그런 표현 많이 쓰기에 쓴 건데(웃음). 사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 식사를 했는데 88세이신 분께 `할머님`이라고 했더니 싫어하시면서 `누님`이라고 부르라고 하시더라. 그런 맥락인데.

6. 여자 있다는 소문은 부인이 해명해 줬는데 부인을 때린다는 소문도 있다.

▶예전에 존 F 케네디 대통령 아들과 함께 식사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. 정치인은 적절한 스캔들이 있어야 인기가 올라간다고. 아무튼 2002년 출마 당시 어느 큰 교회 부목사라는 사람이 제가 집사람을 때린다고 이야기했다는 거다. 그래서 그 부목사라는 사람에게 사실 확인을 하고 그러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. 원. 이건 사회 타락 아니겠나.

7. 미국에 있는 키아와 섬에 정 대표 콘도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.

▶거기 한국사람 없을 텐데. 1987년 미국유학 마치고 가족과 여행을 간 적이 있지만 콘도는 없다. 골프장에 송아지만 한 악어 나오는데.

8. 가까운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이 나온다. 왜 그러는가.

▶그런 이야기 많이 듣는다. 제가 저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노력하고 있고, 그러다 보니 그렇게 표출될 때가 있는 것 같다. 제가 잘해야 할 것 같다.

9. 작년이 중앙고 개교 100주년이었는데 기부금 안 내셨죠. 낼 만도 할 텐데.

▶그건 좀 오해다. 사실 내가 기부행위를 오래전부터 못 하게 되어 있다. 거의 20년 전쯤인가, 제가 ROTC 장학금 명목으로 기부금 3억원을 낸 적이 있다. 그런데 몇년전부터 선관위에서 나를 잠재적 대통령 후보로 분류해서 그러면 안된다고 전언이 왔다. 예전에 아는 목사님에게 와인 1병 보낸 것도 조사가 들어왔다.

10. 그러면 때가 되면 생각해보겠다고 한 재산기부 문제는.

▶내가 기부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는데…. 일단 저는 돈보다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갖고 있다. 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. 지금 그 역할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. 지금 현대중공업으로 인해 생긴 일자리가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10만개 이상이다. 이것보다 더 좋은 역할이 있다면 기부를 생각해보겠다.

[[ⓒ 매일경제 & mk.co.kr/ 대담=손현덕 정치부장 / 정리 = 박인혜 기자 / 장재혁 기자]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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